중학교 때 본 만화 레드문(황미나 작)에서 빠른 성장기라는 것이 등장했었다.
그 가공의 세계에서의 특수한 사람들은,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빠른 성장기'라는 것을 지나며 남자는 더욱 남자답게, 여자는 더욱 여자답게, 그렇게 성장했던 걸로 기억한다. 초능력도 지니게 되었던가. 기억이 흐릿하긴한데.
어느 날 쳐다본 남동생은 그랬다.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문득 본 내 남동생은, 더이상 얼굴이 통통하고 손발이 동그란, 나중에 커서 돈 벌면 누나 다 줄께, 손가락 걸고 약속하던 귀여운 아동이 아니었다.
우린 겨우 두살차이인데.
나보다 훌쩍 키가 커버린 것이야 진작 알았다지만, 어느 새 이 아이는 남자가 되어 있었고,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알았고, 나보다 더 저기 어디선가, 찬찬히 세상을 볼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넌 언제 컸니. 천천히, 한걸음씩 나가고 있었던가.
아마도, 나도 느리지만 정신없는 성장기를 지나느라 그의 성장을 찬찬히 들여다볼 눈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또 어쩌면, 진작부터 갖고 있던 애늙은이 같은 기질을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이제는 내가 달라져, 그를 다시 보게 된지도.
난 분명히, 한번도 내것인적 없는 것만 같던 엄마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남동생이 얄미워 자고 있던 그 어린아이의, 앙큼하게 머리 써 다치지 않을 손바닥을 대차게 꼬집고 도망갔던 것을 기억하는데. 너, 쪼그만 아기였잖아.
가족끼리 놀러간 수영장에서도, 작은누나 작은누나 따라다니며 제 키보다 높은 물에 들어갈 수 없으니 아동용 풀에서 같이 놀아달라며 쫓아다니던 꼬맹이였는데. 나도 그 땐, 성인용 풀의 높이보다 겨우 아주 조금 키가 큰, 그러니까 아동용 풀이 딱 맞는 사이즈였을 뿐인데, 얼마나 생색을 내며 놀아줬던지. 그때의 내 치사스러움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
숨바꼭질 하자 해놓고 물속에 들어가, 내성적이었던 너의 수영팬티 자꾸 벗긴거, 정말로 미안해 내가 정말 아직까지도 그 생각을 하면 얼마나 눈물이 나는지.
아, 오늘은 그런 생각하면 안되는데.
한 대, 한 대, 치다가 손발 구르기식으로 나와 싸움을 하고 빵 하나 가지고 뺏고 뺏기는 싸움을 했던 우리가 저기 어딘가에 있구나.
그런 너가, 이제 아이 아빠다.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남동생은 어느 순간부터 내 컨트롤이 전혀 먹히지 않는 사람이 되었는데, 덕분에 그와 어디를 동행하든, 부당한 경험을 하게 될까봐 두려워졌다. 아, 안되는데. 일커지는데. 제길. 제발 조용히 좀 넘어가자.
부당한 경험은 나 또한 참고 넘어가는 성격이 못되는 다혈질인데, 본인은 다혈질이 아닌, 모든 것을 계산과 감정 통제하에 벌이는 일이라고 하지만, 크고 작은 사건들이 생길 때마다 소심한 나는 심장까지 옴짝달싹 못하고. 부당한 일 자체보다, 그것을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날 니가 두려워 항상 좌불안석.
그런데 이남자. 아오, 너무 착하다.
괜찮습니다, 아닙니다, 좋습니다. 그냥 참고 넘어가자. 조금만 손해보면 되잖아.
어딜가나 왜 중간이 없니.
왜 모두를 섞어놓을 수 없는거야.
그러다가 하나씩 알려준다. 너가 하지 않으면, 내가 하게 되는거야. 너 아까 봤어? 아까 그 여자. 기사님이랑 싸우는데 흉하지? 왠지 좀 흉하지? 그래, 그거. 너가 굵고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만 하면 간단했을 것을, 내가 했으면 그 꼴 났을껄? 내가 그랬으면 좋겠어? 야발야발. 듬직하고 항상 가만가만한 그에게 나 참 잘도 따진다.
그러다 또 나는 너를 발견한다. 나의 모든 장단점을 있는 그대로 포용하는, 성격 급하고 다혈질에 감정 통제라곤 없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너를 나는 본다. 내가 일러주는 모든 것을 그대로 변화시키고자 하고, 그래서 나의 습성들을 닮아가는 너를 나는 본다.
나는 그래서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너.. 내가 아니라, 너가 나를.. 통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 둘 중 꼭 한사람이 있다면, 너가 나를 통제하고 조절해주는지도 모르겠다.
너가 정말 고맙다. 고맙습니다.
나는 이 남자들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 오늘같이 마음이 어수선한 날엔, 정리되지 않지만 나 당신들에게 참 많은 것을 배운다.
집으로 돌아와 정신없이 몸을 놀린다. 쌀통에 쌀을 담느라 낑낑대고, 다시 가득찬 현미, 찹쌀, 백미, 콩들을 보며 부자가 된 기분에 뿌듯하고, 감사함에 울컥하고, 눈물이 날 새라 다시 또 몸을 재게 놀린다. 청소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고, 밥을 짓고, 엉망이 된 방도 정리하고.
갑자기 웃음이 나서 푸하하하하 웃다가, 다시 또 멈칫해지는 순간, 또 몸을 놀린다. 다행히 이놈의 집구석, 맘만 먹으면 일은 끝이 없어.
나는 행복하다. 그리고 다시 내일부터는 공부를 많이 할 것이며, 책을 많이 읽을 것이고, 또한 운동도 다시 할 것이다. 우리는 아무 걱정할 것이 없다.
아, 빨래가 다됐다. 나는 바쁘다. 눈물 따윈 없어.
국내 이곳 저곳을 여행하다보면 맛집이라고 알려진 곳이 허당이기 일쑤. 입맛이야 사람마다 다르다지만, 반찬 재활용에 식어빠진 음식들과 더러운 식기들을 제공하는 곳에는 기가 막혀 혀를 내두른다. 나름 최신 블로그들을 검색했으니, 장사 잘돼 그 새 변한 것일지 모른다는 긍정적인 오해는 먹히지도 않아. 문득 서울 음식 신봉자 한명이 생각나는데 부산 돼지국밥, 포천이동갈비 식으로 지역명이 붙은 모든 음식들도 서울이 제맛이라는 그. 모든 맛집은 서울로 통한다, 이 말씀. 그 지론으로 어느 지방에 가도 특색있는 향토음식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알콩달콩 사는 재미를 반감시키지 않을까 싶지만, 또 아주 틀린 말은 아닌지도. 여하튼 이곳저곳 블로그들을 통해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은 굿아이디어 같지가 않다. 이건 뭐, 배신감까지 더해지니, 길가다 우연히 들른 식당에서의 성공확률과 별 다를바 없어. 여하튼, 지역 주민들이 많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호평한 블로거들이 많던 경주 이풍녀 구로쌈밥. 아.. 당신들이여.. 모두 홍보용 찌라시인가.. 이쯤에서 서울음식 예찬론자가 떠오르며 문득 드는 생각이.. 혹시라도 그들의 칭찬 일색이 진심이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안타까움이 든다. 정말 그들에겐 그 쌈밥집이 만족스러운건 아닐까. ㅠㅠ 반찬재활용을 확연히 시사하는 손자국과 젓가락질 흔적의 더러운 음식들, 식기구들, 말라 비틀어진 반찬들, 일주일전부터 만들어놓고 파는지
온기라고는 없는 반찬들. 손님 좀 많아진다 싶으면 아직 많은 자리에도 2인손님은 받지도 않는 깡다구, 과장 하나 없이 맛있는 음식은 단 한개도 없다. 먹을만한 음식과 먹지못할 음식 두 분류가 있을뿐.
그러나 혹시라도, 그 블로거들. 맛있든 없든 반찬 가짓수만 많으면 오케이인건지. 그들은 돈 만원에 그만한 반찬을 더욱 맛있고 정갈하게 하는 식당을 가보지 못한 거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까지 미치니.. 아 이 무한한 오지랖. ㅠㅠ 뭐 여튼. 가끔 어떤 사람들은 '먹을만하다'는 대충의 평으로 많은 음식들을 사먹는다. 난 반댈세. 그저 입에 넣어도 만족감 따위 없이 일단 목숨은 연명할 수 있을 것
같은 음식에 내 피와 땀 같은 돈을 낭비하다니. 그 돈이 칠백원짜리 계란빵이든, 십오만원짜리
고기한덩어리든, 돈의 액수차이로 버릴 수 있고 없고가 정해지지 않아. 특히
너, 너!!! 맛있는 음식으로 살찌란 말이야 ㅠㅠ 맨날 먹을만하대.. ㅠㅠ 얼마나 너의 살들이 고급스럽지않음을 반증하는지 ㅠㅠ 여하튼.. 대충 만들어팔고 더럽게 만들어 먹으라는 이들이 싫다. ㅠㅠ 그리고, 진짜 맛집을 알리고 싶은 의협심까지 발동되는... 그런 하루.
1. 왜 하지원은 일관성있게 쭉 연기를 못할까
2. 예상대로 손발 오글오글. 나중엔 지루해.
3. 어찌됐든 분단얘기나오면, 가슴은 울컥. 아 이 움직이기 쉬운 감정들.
4. 아무리 그래도 해도 해도 너무 저렴한 그런 장면들..... 엄마를 위한 영화로..
5. 박철민은 어떤 인물의 역을 한다기보다, 박철민 분을 연기한다. 재미없어....
6. 배두나와 김민희의 연기가 근사하다는 것은, 볼때마다 놀라움
7. 언어를 공유하는 자와 만날 수도 편지할 수도 없는 이 서글픔
주말인데도 일찍 일어나서 시험보고 왔는데 아 내가 그동안 너무 이완되어 있던가 싶다 그 긴장감 아주 좋아했었는데 왜 이렇게 떨리는지 그리고 집에 왔는데 지독하게 외롭다 할일도 다했고 열심히 살고있는데.. 이제 온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계점을 찍고 있나.. ^^ 보고싶어 외로워 고마운 내사람 얼른 와요
쿵쾅쿵쾅쿵쾅쿵쾅. 잦아들지 않는 심장박동. 시계초침, 심장박동, 나를 둘러싼 공기들은 의식하지 않을 수 있는 순간에 내게 가장 안정적이다. 의식하는 순간, 제어할 수 없이 증폭되는 째깍째깍, 쿵쾅쿵쾅, 숨을 못쉬도록 죄어오는 공기.
그래도 이런 날은 다행. 아무리 찾아봐도 이유가 없을 때, 그때가 가장 절망적이다.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까. 적어도 오늘의 쿵쾅거림은,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너무도 간단하면서도, 내가 느끼는 감정이 복잡하다는 것이 문제지만.
그 아이의 무능은, 아무리 심호흡 다시 하고 객관적으로 생각해본다한들, 상상 그 이상.
간단한 오타라도 이해할 것이고, 어쩌다 한번씩 나오는 실수라도 이해할텐데 그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
모든 일에 남들보다 세배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그것이 어떤 단순 작업일지라도- 그 시간이 걸린 뒤, 나오는 결과물은 30% 이상이 실수들이다. 간단히 우편물의 등기번호를 기록하는 것조차, 그는 하지 못한다.
도저히 그와 같이 일할 수는 없다.
아.....
아 이 망할놈의 끝없는 자기검열.
끝을 알 수 없는 죄책감.
미안한 마음에, 그가 싫어진다. 미안할 것 없다는 이성에, 그가 싫어진다. 그가 싫어지는 마음에, 그에게 미안하다. 상처를 주게 되는 것이, 마음에 미친듯이 걸린다.
그런데 답이 없다. 너는 답이 없다.
아....
눈도 마주치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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